<詩와 오늘> 세월호 5년, 다시 봄

오강현 김포시의원

| 입력 : 2019/04/12 [10:30]

 



새봄

-세월호 5, 다시 봄

 

그리고

다섯 번째 봄이 왔다

이제야 조금씩 손가락 발가락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어제보다 더 먼 어제를 되돌아보고

지금보다 더 먼 지금을 바라보고

너와 내가 우리가 다시 차가워진 세상

너른 엄마 품으로 품을 때만이

너희의 살갗 같은 목련과 벚꽃이 피어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오년 내내 눈으로 덮여 있다

그러는 동안 손가락 마디만큼 아주 조금씩

진실은 싸운 시간만큼만 드러나고 있다

봄이 없는 진실의 열매는 쉽게 여물지 않았다

 

봄다운 봄과 꽃다운 꽃은 몇 번이나 있었던가

지금까지 그 많던 봄꽃은 우리의 꽃이 아니다

참혹한 폭설의 시간과 진눈깨비의 시간과 다시 폭설의 시간

이제는 진눈깨비마저도 우리에겐 소중한 역사가 되었다

그것은 불철저한 우리에게

아래로부터 더 철저한 우리가 되라는

명령의 눈물이다

 

우리는 요원한 기다림으로 넋 놓고 산 적도

때로는 세상이 바뀌거나 이 혹한의 계절이 변하면

무엇이든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젖어 산 적도

우리는 지금까지 꿈에 사로잡혀

꿈의 꿈만 꾸며 산 적도 있었다

 

분홍빛 꽃 속의 우리와 어둠 속의 우리를 통해

우리 눈을 매혹했던 깃발들을 곱씹어 본다

이제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해야 할 여럿 중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하고

무엇을 나중에 해야 하는지 귀가 닳도록 들은

쉬운 듯 하지만 막상 실천은 어려운

진실을 찾기 위한 인내

그 인내가 왜 필요한 것인지

우리가 얼마나 절실하게 기다리는지

 

오늘 이후 삶에 대한 나의 기준이 세워지고

내일은 어떤 세상이 되는 것이 좋으며

먼 길 떠난 아이들을 다시 만났을 때

말이 되지 못한 공기방울들 대신

첫 말을 무엇으로 건네야할 지

어떤 몸짓으로 아이들을 만나야할 지

나는 우리는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주저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아침이 되면서 진눈깨비 점점 그쳐간다

오늘까지만 밤이길

오늘까지만 진눈깨비 내리길

내일부터는 낮의 길이가 길다는 춘분이다

이제 어두운 거짓보다는 진실의 빛으로

이 겨울을 녹이고 저 멀리 바다에서

엄마 소리치며 달려오는 새봄을

두 팔 벌려 꼭 안아 주고 싶다

 

<지은이 오강현 김포시의원>

 

▲ 오강현 김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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